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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야합
이명박의 흉물스런 노동법 개악 반드시 막아야 한다

2009년 12월 5일

4일 저녁 노동부와 경총, 한국노총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에 대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이룰 계기라며 이날 합의 내용을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명박의 공기업 ‘선진화’가 공공서비스를 ‘후진’시키는 것이듯이 이들의 노사관계 ‘선진화’도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후진 기어라는 게 분명하다.

그동안 기업별 복수노조 금지는 자유로운 노조 설립을 가로막아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역대 정부와 기업주들은 이 악법을 계속 유지하려 애써왔다.

군사독재 시절엔 아예 법으로 복수노조를 금지해 사측이 만든 어용노조를 보호해 왔다. 1998년 이후에는 복수노조 허용 시행을 계속 유예하며 삼성 등 기업주들의 반노조 경영을 뒷받침해줬다.

그래서 삼성은 사측 직원 서너 명으로 활동도 하지 않는 유령노조를 만들어 놓고 현장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조 설립을 막아왔다. 삼성은 매번 정치권 로비로 복수노조 허용 유예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더구나 정부와 사용자들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라는 악법을 만들어 복수노조를 허용하면 전임자 임금 지급도 금지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왔다. 이 둘을 패키지로 묶는 술책은 주로 한국노조 보수파 지도부의 관료적 이해관계를 자극해 10년 넘게 법안의 유예에 성공해 왔다. 올해도 이명박 정부는 한국노총 지도부와 더러운 거래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는데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노총 지도부의 보수성과 경쟁 심리를 잘 구슬려 복수노조를 사실상 폐기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안전판을 확보했다. 한국노총 실세 보수파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기반인 버스, 택시, 항운 노조 등에서 관료적 통제를 벗어나는 민주노조 설립 운동이 벌어질까 두려워 결국 복수노조 금지에 합의해줬다.

“노조 사이에 강성 투쟁 경쟁을 불가피하게 하고 더 투쟁적인 노조가 지배하는 시대”(한국노총 성명서)가 와서 자신들이 기득권을 잃게 될까 봐 배신을 한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을 애타게 기다려 온 삼성ㆍ포스코ㆍ비정규직ㆍ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노총 지도부가 전임자 임금 문제에서 성과를 받아낸 것도 아니다.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명백히 후퇴다.

이 제도는 쉽게 말해 대의원이나 비상임 집행간부들의 처지와 같은 것이다. 대의원대회나 교섭 등에 참여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매번 사유를 사용자에게 신고해야 한다. 또 교섭 참여를 허용한다 해도 교섭 준비는 언제 할 것인가. 아예 전임 간부가 없던 소수의 노조는 유리할지 몰라도 나머지 다수 노조는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복수노조 금지보다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더 열의가 있던 현대차그룹은 경총 탈퇴 협박까지 해 가면서 압력을 넣었다.

한번 양보한 한국노총 지도부는 무기력하게 자신들이 애초에 거부했던 타임오프제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국가와 현장 노조 사이에서 압력을 크게 받은 한국노총 지도부가 정부와 정면 대결을 회피한 대가는 굴욕적 타협이었던 것이다.

한국노총 백헌기 사무총장은 4일 항의 조합원들과 함께 한 즉석 간담회에서 타임오프로 허용된 시간을 모아 사람을 재배정하면 전임 간부를 들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경우에도 현행보다 노조 전임자가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단위노조들의 현장 집행력이 약화돼 현장의 노사 세력관계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또 현장 간부들이 취약해지면 그만큼 상급단체의 구실이 커져야 하므로 노조 조직이 지금보다 더 관료화될 우려가 크다.

4일 낮 알려진 합의 내용의 이런 문제점 때문에 4일 저녁 기자회견 직전 한국노총 조합원 수십 명이 한국노총 본부 건물에 모였다. 노사정 합의 기자회견에 장석춘 위원장이 참여하는 걸 막아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장석춘 위원장은 항의를 외면하고 “기자회견이 아니라 재협상을 하러 간다”며 도망치듯 빠져나가 버렸다.

노사정 합의문은 아직 법제화한 것이 아니므로 여전히 투쟁의 기회는 남아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등은 장석춘 지도부를 비판하며 민주노총과 연대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합의안이 알려질수록 반발은 커질 것이다.

민주노총이 제대로 싸워서 이들을 이끌어야 한다. 국회 안 공조는 선택 사항이지 필수 사항이 돼선 안 된다. 현재 야합 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바로 3년 전 한국노총의 협조로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며 악질적인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악법을 통과시킨 장본인이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수이므로 바깥에서 싸우는 힘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완성차노조들이 앞장서겠다는 선언은 그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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