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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임신중절 돕겠다

2010년 6월 24일

최근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 대상 성범죄를 포함해 여성 대상의 성폭력 사건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월 20일, “임신중절(낙태)을 돕겠다”며 임신부를 유인해 성폭력을 저지른 이가 구속됐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가해자는 인터넷 지식인 서비스에 “수술을 도와준다”는 글을 올려 임신 6주의 임신부를 유인했다. 그는 서울의 피해자에게 자신을 대구지역 산부인과 병원 사무장이라 속이고 간호사 숙소에서 수술을 받게 해 주겠다며 피해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범죄를 저질렀다.

우리가 이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최근의 낙태 불법화 시도로 인해 벌어진 현상들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겪게 된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었다면, 이러한 방식의 범죄가 가능했을 것인가?

지난 2월 ‘낙태 근절’을 외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 시술을 했다며 병원을 고발하고 나서자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원들이 처벌을 우려해 임신중절 시술을 중단해 버렸다. 정부는 여성들의 현실은 수수방관하면서 ‘불법낙태신고센터 개설’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처벌 분위기를 조성했다.

절박함 속에 인터넷과 여성단체에는 병원을 찾는 문의가 쇄도했고, 수술비는 수백 만원으로 올랐으며 브로커가 낀 해외 수술 사례까지 발생했다.한국 여성들이 처한 사회, 경제적 환경과 여성들의 결정권과 건강권에 대한 고려보다 처벌의 잣대부터 들이대려는 시도 때문에 여성들이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길이 거의 막혔다.

가해자는 이러한 정황을 자신의 범죄에 정확히 이용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비하하는 남성 중심적 사회문화에 있지만, 이 사건은 낙태 범죄화에도 그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형법으로 낙태가 금지되어 여성의 의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 여성의 건강권과 결정권에 대한 고려에 앞서 낙태를 ‘단속’하고 ‘근절’하는 데에 더 신경을 쓰는 정부의 태도 등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낙태를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 여성들을 처벌하려는 시도들은 즉각 중단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처벌과 단속 위주의 정책 대신 여성들의 건강권과 결정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다함께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성소수자위원회, 사회주의 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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