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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팔레스타인, 저항, 혁명 ─ 해방을 향한 투쟁 ⑤:
제국주의의 경비견 이스라엘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종종 의견 충돌을 빚어도 이스라엘과 미국은 제국주의 ‘경비견’과 그 주인의 관계다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1948년 건국 이래 이스라엘 국가는 3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다른 어떤 나라도 미국에게서 그만큼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제국주의의 “경비견” 이스라엘과 그 주인 미국 사이의 관계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 변화들은 이스라엘 내부의 경제적·사회적 역학과 더 광범한 역내 세력 균형 변화가 결합된 결과였다.

한때 이스라엘 경제의 생명줄이었던 미국의 직접 경제 원조는 점진적으로 종료됐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협력은 최근 몇 년 새 더 강화됐다. 다른 중동 국가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은 오랫동안 미국 정책의 핵심 기조였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도 이렇게 밝힌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군사 원조는 인접국의 군사력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력의 질적 우위’(QME)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2008년에는 미국 정부가 어느 중동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든 그것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해치지 않을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법이 통과됐다.

1999년 이래로 미국의 이스라엘 원조는 10년 단위 양해각서들을 통해 이뤄져 왔다. 1999년 빌 클린턴 정부하에서 체결된 최초의 양해각서는 이스라엘에 267억 달러어치의 군사·경제 원조를 제공했다. 대부분(213억 달러)은 군사 원조의 형태였다.

2007년 조지 부시 정부하에서 체결된 그 다음 10년의 양해각서는 300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약속했다. 2016년에 버락 오바마 정부는 새 양해각서를 체결해 2019~28년에 걸쳐 38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일련의 양해각서들은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당이 여당이 되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이 수십 년간 미국의 핵심 대외 정책이었음을 뚜렷이 보여 준다. 40년 동안 이어진 미국의 군사 원조는 이스라엘 경제를 변화시켰고, 이스라엘 사회 내에서 군대가 하는 구실을 더 강화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에 세계 12위 무기 수출국이었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중국보다 턱없이 적지만,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무기 수출 규모는 중국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스라엘의 첨단 군수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이스라엘 경제를 추동했다. 1980년대에만 해도 미국의 지원에 손 벌려야만 했던 경제적 ‘무능력자’ 이스라엘은 첨단 군수 산업 덕에 오늘날 풍요로운 산업국으로 변모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군사 원조와 경제 원조 사이의 비중이 변화한 데서도 드러난다. 2007년에 직접 경제 원조는 완전히 종료됐지만, 군사 원조는 전반적으로 늘었다.

1970년대부터 미국이 장기적·전략적으로 이스라엘의 군사 기술 부문에 투자한 결과, 이스라엘은 식민지 요새, 군사 연구 실험실, 정예 타격 부대를 모두 겸하는 국가가 됐다.

미국의 군수 산업과 이스라엘의 군수 산업의 밀접한 관계는 최근 몇 년 새 더 뚜렷해졌다.

2014년 3월 미국과 이스라엘은 합작 생산 협약을 체결해, 이스라엘의 로켓 방어 체계 ‘아이언돔’의 기술에 미국 제조업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재래식 전력이 열세에 있는 저항 단체들의 “비대칭적 위협”을 상대하는 미국의 전쟁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돼 있다.

군수 산업은 이스라엘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2018년 아시아방위산업박람회에 전시된 이스라엘 무기 ⓒ출처 Rhk111

첨단 군수 산업의 성장은 이스라엘의 인종 분리 체제를 강화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시온주의자들은 줄곧 자신들의 경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배제하려고 애써 왔다.(심지어 이스라엘 건국 이전부터 그래 왔다.) 그럼에도 농업·건설 같은 중요한 부문에서 많은 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저렴한 노동력으로 이용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첨단 기술 산업은 비교적 소수의 숙련 노동력에 의존하는 만큼 팔레스타인인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고도 큰 수익을 냈다.

따라서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규정하는 것은 분명 타당하지만,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의 역사적 경험과는 사뭇 다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적 국가를 타도한 힘은 주로 흑인 노동계급의 행동에서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노동자들은 경제적 힘이 있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홀로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한편, 이스라엘 경제의 변화는 이스라엘 정치의 장기적 우경화를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스라엘 국가는 예나 지금이나 인종차별적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스라엘 경제는 이전 어느 때보다 미국의 군사 경제와 긴밀하게 통합돼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달랠 것이 아니라 정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무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이스라엘 우익의 자신감을 높여 줬다. 점령의 경험도 이스라엘 우익의 자신감을 높여 줬다.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압박을 키웠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은 트럼프 당선 이전에도 수십 년 동안 증가해 왔지만, 트럼프는 거기에 더해 새로운 정책들을 추진했다. 예컨대, 트럼프는 미국이 오랫동안 미뤄 왔던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약속을 실행하고, 팔레스타인인 난민을 지원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원조를 중단했다.

트럼프가 이런 정책들을 추진한 것은 미국 내 기독교 우익 정치 세력들과 미국·이스라엘 내 시온주의 우익 정치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도 일부 있다.

일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 건국이 성경에 예언된 바이고 이스라엘 지지가 종교적 의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은 유엔 등의 국제 기구나 다른 나라 정부가 팔레스타인 점령을 상징적인 수준에서 반대하는 것조차 막고 싶어 하는 시온주의자들의 이해관계와 잘 부합한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트럼프 지지층의 중요한 일부를 이뤘다. 한편, 트럼프 대선 운동의 주요 후원자 몇몇은 시온주의자들이다.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애덜슨이 그런 사례다.

애덜슨은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의 소유주이기도 했는데,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역시 그의 후원을 받았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그저 주요 후원자들과 유권자들을 만족시키려는 것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핵심적인 중동 지배 수단이다. 이스라엘은 방대한 석유가 매장돼 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중동 지역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심화는 중동의 다른 변화들이라는 맥락 속에서도 봐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인종분리주의 국가 이스라엘

이스라엘 옹호자들은 흔히 이스라엘을 민주적이고 계몽된 국가로 그린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회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차별로 얼룩져 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 자체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에 바탕을 두고 세워졌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이스라엘 인권 단체 벳첼렘은 각자 대단히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내어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 규정했다. 2022년 국제앰네스티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한다.

1948년에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인 수십만 명을 추방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마을 수백 곳을 파괴하는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일을 자행한 책임이 있다.

그 결과 오늘날 이스라엘 사회는 거의 모든 국가 기구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강화하는 일에 연루된” 사회가 됐다고 국제앰네스티는 지적한다.

이스라엘 시민권과 이스라엘로 이주할 권리에 관한 주요 법률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차별하고 유대인들에게 특혜를 부여한다. 새로 제정된 법들은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계의 시민권을 국가에 대한 “불충”을 이유로 박탈할 수 있게 했다. 2018년 제정된 민족국가법은 이스라엘에서 자결권은 유대인만이 갖는다고 돼 있는데, 이는 이미 수십 년 된 현실을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2002년부터는 점령지에 사는 팔레스타인인과 결혼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권자들이 배우자를 이스라엘로 데려올 수 없게 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고용에서도 체계적 차별을 당하고, 병역 미필자라는 이유로 취업 기회가 가로막히기 일쑤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권자들의 빈곤율은 유대계 이스라엘인들보다 훨씬 높다. 주택 확보와 토지 이용에 관한 차별도 극심하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유대인 행정 구역 약 600곳이 새로 생겼지만, 팔레스타인인 행정 구역은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권자들의 영아 사망률은 유대계 이스라엘인들보다 두 배로 높다.

이런 차별적인 법률 체계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인권 단체 아달라가 2011년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그 보고서에는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 법률 30개가 열거돼 있었다. 그런데 2017년 9월 아달라의 데이터베이스에는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권자들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하는” 법률이 65개나 열거돼 있었다.